

삼성출판박물관에 전시된 근현대 출판물 딱지본 책자
국내 최초 출판박물관인 삼성출판박물관을 손수 세우는 등 대한민국 박물관의 발전을 이끌어 오셨는데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신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박물관협회는 지난 1976년에 개관해서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제가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1999~2006였는데 마침 아시아 최초로 ‘2004 세계박물관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습니다. 당시에 김병모 교수ICOM 한국위원회 위원장, 한양대 교수, 이건무 관장국립중앙박물관장과 함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1,500명가량의 박물관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정도로 큰 행사였습니다. 이 세계박물관대회가 대외적으로 우리 문화를 더 널리 알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박물관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으로서 지금까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개관한 지 3년을 맞이했는데요. 그동안 나름의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온 국립농업박물관이 어떠한 부분에서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농업의 범주를 넓히는 것입니다. 단순히 먹는 부분을 넘어서 자연과 환경 부분까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물관은 한 나라의 과거 문화유산을 되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지혜를 미래로 이어가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요즘은 여러 곳에서 ESG 경영 관련 정책을 많이 실천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 선조들이 실생활에 사용했던 친환경적인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전시와 학술대회를 통해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닥나무의 한지, 옻나무의 천연물감이나 천연 재질 섬유인 모시옷, 삼베옷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농업을 통해서 얻어지는 친환경 재료이기 때문에 국립농업박물관에서 그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는 것이 당연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에 불경을 보관하던 윤장대
국립농업박물관이 더 많은 관람객과 함께하기 위해 어떠한 역할을 강화해야 할까요?
박물관은 교육의 장이자 지혜의 학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체험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합니다. 수원 부근 학교는 물론이고 먼 지역에서도 농업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올 수 있도록 폭넓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논에 들어가서 모 심는 체험뿐만 아니라 농요農謠와 농업 역사도 가르치고 더불어 지구 환경의 중요성까지 전해주는 것이 바로 국립농업박물관의 막중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립농업박물관이 지속가능성을 갖고 10년, 20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했던 대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람객들에게 과거 역사는 물론이고 미래의 지혜까지 제시하는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또한 수원이 오래전부터 지니고 있던 고유한 지역성과 역사적인 특성을 잘 살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수원화성의 경우, 정조의 효심이 깃든 국가 유산으로서 효 문화를 상징합니다. 농작물을 키우는 농사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람 농사, 자식 농사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아이들이 몸소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이자 효와 같은 인성 교육과 지구의 미래를 내다보는 환경문제까지 아우르는 박물관으로 성장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