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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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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현숙(국립농업박물관 학예전시실장)
  사진. 김세리

전시+도록: 닮은 듯 새로운

국립농업박물관은 개관 이후 4종의 상설전시 도록과 6권의 기획전시 도록을 발간했다. 박물관 도록은 전시장에서 미처 다 풀지 못한 이야기와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수록하여, 전시를 보다 풍성하게 뒷받침하는 동시에 전시 자체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주제와 대표 유물이 같을지라도 동일한 전시가 나오지 않듯이, 전시 도록 또한 매 전시마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한다. 전시의 콘셉트를 살려 전시와 호흡을 맞추되, 창의성이 담긴 새로움과 마지막 디테일한 마감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곧 도록의 수준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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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이를 위한 상설전시도록

2 상설전시도록

완성도에 대한 집념: 콘셉트 기획부터 마지막 배송까지

전시기획자에게 전시의 기획과 디스플레이가 첫 번째 자존심이라면, 도록의 참신함과 완성도는 두 번째 자존심이다. 특히 도록은 한번 인쇄가 되고 나면 고칠 수 없는 불가역성 때문에, 전시 개막이 임박할수록 학예사는 전시 준비의 마무리와 함께 도록의 완전무결함에 집착하여 극도의 예민한 상태가 된다.
도록은 전시 방향을 고려한 콘셉트 기획을 시작으로 원고 작성, 유물 사진 촬영, 표지와 본문 디자인, 편집, 수차례의 교정과 교열, 가인쇄, 컬러 확인 및 색조정, 인쇄, 후가공, 제본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기획 단계에서는 표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종이 재질, 제본 방식, 글씨 서체와 색깔, 후가공 기법 등 다양한 요소들이 모두 전시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도록 고민하고 여러 팀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 최근에는 포스터나 가로등 배너, 대형 현수막 등의 홍보물 또한 도록과 일체감을 가지게 하기 위해 표지 디자인 단계에서 홍보물로의 활용성도 미리 감안하여 다양한 사항들을 조율해 나간다.
편집 단계에서는 유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과 함께 학예사의 기획 의도를 잘 드러내기 위해, 가독성과 디자인 사이에서 고민과 수정을 반복한다. 유물 이미지와 설명 텍스트의 구성, 유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연출컷과 디테일컷의 배열 등 전체적인 굵직한 사항부터 유물명, 유물 크기, 유물 연대 등 글의 위계에 따른 서체와 컬러 등을 비롯하여 페이지 숫자 표기의 서체와 글씨 크기까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후 끝이 보이지 않는 교정 교열 과정을 거쳐 마지막 인쇄와 제본까지 이르게 되며, 배송을 위한 마지막 단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도록 포장 방식과 케이스의 재질, 발신인 란에 인쇄되는 박물관 주소의 서체 등 아주 세세한 것까지 전체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기울이게 된다.

전시기획자에게 전시의 기획과
디스플레이가 첫 번째 자존심이라면,
도록의 참신함과 완성도는
두 번째 자존심이다.

매 전시마다 새로움을 찾아가는 국립농업박물관 전시 도록

상설전시도록: 다양한 관람객의 눈높이로

박물관 전시도록의 가장 기본은 상설전시의 주요 유물을 소개한 상설전시도록이다. 국립농업박물관 또한 개관 직후 약 300여 건의 전시유물에 대한 설명과 상세 이미지를 담은 상설전시도록을 발간했다. 상설전시도록은 한번 발간하면 자주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내용의 검증뿐만 아니라 표지와 본문 디자인 또한 유행을 타지 않고 오랫동안 재인쇄를 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후 주요 유물만 압축해서 담은 핸디북 형태의 작은 도록을 제작하면서, 우리 박물관을 찾는 외국인을 위한 영문 도록도 함께 발간하여 보다 넓은 관람객을 고려하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 박물관의 주요 관람객인 어린이 관람객을 위해, 전시된 유물에 스토리를 입혀 하나의 이야기로 엮은 동화책 형태의 도록과 시각약자 어린이를 위한 촉감형 점자동화책 도록, 어린이박물관 전용 동화책 등을 제작하여 다양한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도록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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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획전시 도록

농, 문화가 되다: 첫 기획전시, 첫 전시 도록

2023년에 개최한 <농, 문화가 되다>는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처음 개최한 기획전시인 만큼, 전시 도록 또한 어느 정도의 무게감과 완성도를 갖추고자 노력했다. 또한 도록을 제작하는 일련의 과정을 특히 전시팀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조율해 가며 체계를 갖추어 나가는 기회로 삼았다.
이후 2024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에서는 소장유물 중 고문헌과 고문서를 대량으로 선보이는 전시 특성을 살려, 디자인적인 측면보다는 유물의 내용과 각종 해제 자료를 최대한 충실히 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고문서에 관한 전문가의 번역과 논고 등을 함께 실어 유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어려운 한자어 자료들에 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히 수록하여 관람객들이 전시실에서 채우지 못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했다.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
공간연출까지 지면에

2025년 첫 번째 기획전인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의 전시 도록에는, 처음으로 전시기획자의 글을 실어 관람객들이 학예사의 기획 의도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공감하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전시 콘셉트를 구현한 공간디자인까지 수록함으로써 전시를 기록하는 아카이브 자료로서의 기능도 갖추게 되었다.
이어진 2025년 두 번째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의 도록에는 공간디자인에 더하여 내외부 홍보물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 사진을 실어 전시 안팎의 전체 분위기를 모두 담으려고 노력했다. 또한 주요 전시물인 곡물가루 포대의 박음질을 연상할 수 있는 제본 방식을 과감히 시도하여, 도록을 손에 쥐는 순간부터 전시를 경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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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025년 기획전시 도록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서,
국립농업박물관 전시도록

국립농업박물관은 2025년에 이어 올해도 두 번의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여러 관점에서 조명해 온 먹거리와 농업생산에서 눈을 돌려, 농업이 가진 보다 넓고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우리의 정서와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화훼, 한지를 주제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전시와 함께, 닮은 듯 새로운 또 하나의 전시 도록을 펼치기 위해 모두가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