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3 + NO. 4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3 + NO.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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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

의 의미를 묻고 찾고 답하다
국립농업박물관 제1회 기획전 <농, 문화가 되다>

글. 윤지은(국립농업박물관 전시기획팀) 사진. 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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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농업이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든 부족하고 굶주렸던 과거에는 농업이 모든 삶의 중심이자 목표였지만, 너무나 풍족한 오늘날에는 농업에 대해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 땅에 처음으로 씨앗을 심은 선사인先史人으로부터 시작된 농업은, 그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우리의 삶과 문화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첫 기획전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시각으로 농업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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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3. 9. 15. - 11. 5
장소: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

Agri+Culture: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룬 농업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초기까지는 수렵과 채집 활동으로 먹거리를 구했다. 그렇다면 농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신석기 시대 중기 이후부터 한반도 전역에서 조・수수・기장・보리 등의 곡물이 출토되어 농사의 시작점을 짐작하게 한다. 불에 탄 흔적이 있는 곡물과 토기에 찍혀있는 곡물 자국도 때때로 발견된다. 청동기 시대 유적에서는 밭과 논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수천 년 전 한반도에서 농사가 시작되고 사람들이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공동체를 이루게 되어 본격적인 농경 사회로 접어들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문화가 싹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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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먹거리, 삶

고대부터 삼국 시대, 통일신라 시대, 조선 시대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기원전부터 땅을 개간하고 종자를 개량하며 효과적인 농사법을 개발・보급하는 것은 왕의 주된 책임이자 의무였다.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농업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말이다. 왕정 시대를 지나 일제강점기, 광복 이후 근현대까지의 역사에는 어지러운 세계사의 풍랑 속에서 그저 밥 한번 배불리 먹기를 소망하며 끊임없이 노력한 우리 선조의 애환이 담겨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점차 안정적으로 농업 생산 기반을 마련하게 되면서 1970년대 중반에 식량 자급자족을 달성하게 되고 더 이상 배고픔이 없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1990년대가 되면 벼농사 풍년이 이어져 쌀 생산량이 증가하는 반면, 다양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쌀 소비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단순히 한 끼를 때우기 위한 식사가 아닌, 더 맛있고 더 새로운 맛을 찾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면서, 우리의 주식이었던 쌀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맛과 건강, 쓰임을 생각한 신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주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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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예술, 농업

예술가는 각자의 위치・경험・관점에 따라 농업에 대한 내면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풀어낸다. 작품 속에서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안에 숨겨진 농업의 다양한 의미를 새롭게 만날 수 있다. 같은 자리에서 변하는 듯 변하지 않는 농촌의 일상을 기록한 작품이나 곡물 자체를 활용해 흔히 접하는 식재료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또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숟가락, 밥그릇, 밥상으로 우리 일상 속 농업의 의미를 색다른 각도로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첫눈에는 서로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지만,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안쪽에서 떠오르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의 농업을 향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이들의 시선은, 농업을 향해 신선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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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 그리고 농업

선사 시대의 토기편과 곡물을 보며 농사의 시작을 상상하고, 여러 고서의 기록으로 농업이 우리의 역사에 얼마나 오랜 기간 중요했는지 살펴보고, 서러운 굶주림에 고통받던 근현대를 지나 풍족함으로 넘쳐나는 오늘날까지, 농업을 주제로 지나온 시간의 흐름이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까? 더 이상 농업이 중요하지 않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업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농촌에 사는 청년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답한다. ‘과거를 지키고 현재를 지탱하며 미래를 준비해 가는 일’이 바로 농업이며, 농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일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그리고 이 과정에 함께해 주길 원한다고 말이다.

이번 전시는 농農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고, 전시를 관람하면서 답을 찾아보기를 바라며 기획했다. 그래서 전시의 끝자락에는 자신의 얼굴을 연달아 비춰보거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체험거리를 배치해 나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다소 어려운 질문임을 고려해 오늘날 농촌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소개해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가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룬 농업과 관련한 모든 부분을 다룰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의 농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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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와 콩: 까치 + 콩

기획전과 더불어 박물관 곳곳에서는 추수철의 풍성함과 우리 농업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연계 행사가 열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로비에 설치된 김연희, 조연수 작가의 ‘까치 + 콩’이다. 까치콩은 『농사직설』, 『동의보감』, 『임원경제지』 등에 기록된 재래종 콩으로, 납작한 모습을 띄고 있어 편두扁豆라고도 한다. 까치콩을 모티브로 한 이번 작품은 관람객이 만져보고 앉아볼 수도 있어서 박물관과 관람객과의 친밀감을 높인다.
이 밖에도 전시 개막 후 첫 주말에는 관람객과 함께하는 참여형 연극 공연도 진행되었다. 관람객이 직접 배우로 참여하는 등 몰입감 높은 공연으로 배우와 관람객 모두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