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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봄호  NO.6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봄호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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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박물지1

모내기와 못줄

글. 김재균
(국립농업박물관 학예본부장)

손으로 심는 모내기

요즘이야 이앙기로 모를 심지만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손으로 심었다. 그때는 직접 맨발로 무논에 들어가 모를 심었다. 거머리 득실거리는 논에서 온종일 허리를 굽혀 모를 심는 일은 여간 고된 일이 아니었다. 모판에서 모를 쪄서 논으로 나르고 이를 심는 일련의 과정을 흔히 모내기라 한다. 농사일 중에 힘들지 않은 것이 있으랴마는 그중에 으뜸이 모내기였다.

모내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

모내기 때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 물이다. 물 확보가 어려웠던 예전에는 물이 확보되면 일제히 모내기를 하였다. 모내기는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이었기에 두레나 품앗이 형태로 하였다. 고된 작업을 협동의 형태로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노래를 곁들여 일을 하게 되었다. 이때 탄생한 것이 농요다. 농요는 노동의 고통을 달래고 협동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생겨난 일종의 윤활제였다.

모내기를 하고 있는 손 사진

모내기는 단기간에 많은 일손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이 시기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였다. 그래서 모내기 때는 고양이 손도 빌린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은 추억이 되었지만 70년대 농촌지역 학교에는 ‘가정실습’이란 것이 있었다. 농촌에서 가장 바쁜 3대 농사철인 ‘모내기’, ‘벼베기’, ‘타작’할 때 잠시 학업을 멈추고 2~3일간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이때가 되면 농부들은 가정실습을 기다리며 자녀들이 할 수 있는 농삿거리를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은 학교를 안 가도 되는 즐거움보다 농사일의 괴로움이 더 커서 부모들의 기대와는 달리 가정실습을 싫어했었다.

모내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2

대체로 모내기는 ‘망종’ 절기가 있는 6월경에 했다. 조선 후기 농촌 일상을 노래한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5월령에도 ‘그루갈이 모심기 제힘을 빌리로다’라는 구절이 있어 양력 6월에 모내기가 성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품종 개량과 기술 발달로 모내기 시기도 점점 앞당겨져 대부분 5월에 모내기가 끝난다. 모내기는 일조량이 적은 북쪽 지방에서 시작돼 남쪽으로 내려간다.

전통적 손 모내기 도구 못줄

못줄 사진

전통적 손 모내기에 사용되었던 도구에 못줄이 있다. 주로 끈에 일정한 간격에 맞춰 붉은띠로 표시하고 양쪽 끝에 막대기를 달아 사용하였다. 못줄은 줄과 간격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된 모내기용 도구이다. 조선 중후기 이앙법이 보편화되었을 당시에는 줄 간격을 대충 맞추는 막모 방식으로 심었다. 이후 줄과 간격이 고정된 ‘모틀’을 제한적으로 사용하다가 지금의 형태로 개량되었다.

못줄은 양쪽에서 막대기를 잡는 못줄잡이가 있어야 하는데 주로 어린이들이나 모심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담당했었다. 왜냐하면 모심는 일은 어느 정도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인 데 반해 못줄잡이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못줄잡이의 역할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했는데 이를테면 줄을 넘길 때 어느 시점에 해야 하는지, 줄의 높낮이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등은 일의 능률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못줄잡이의 몫이었다. 못줄을 옮기고 한 줄의 모를 다 심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요즘처럼 스마트폰이라도 있었다면 따분함을 달랠 수 있었겠지만 그땐 오로지 꿀맛 같은 새참을 기다리는 기대로 견뎠다.

못줄! 모를 질서 있게 심기 위한 단순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여기에는 농민들의 애환과 지혜가 깃들어 있다. 못줄 앞에 선 농부들은 각자의 할당량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냥 능력껏 심고 좌우를 살피며 더 많이 심기도 했다. 좀 부족하더라도 옆 사람을 탓하지 않았고 배려와 희생정신을 말없이 실천했다. 어차피 한 줄의 모심기가 다 끝나야 다음 줄로 옮기게 돼 있어 협동과 양보 정신도 길러주었다. 모내기 철이 되니 들판에 울려 퍼졌을 농요 가락과 못줄잡이의 우렁찬 함성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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