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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봄호  NO.6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봄호 NO.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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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박물지2

모내기의 무궁무진한 발전

이앙기

글. 김유호
(국립농업박물관 농업본부장)

벼 이앙 재배 일러스트

벼 이앙 재배 - 조선 시대

우리나라에서 벼 이앙 재배가 보편화된 것은 조선 시대로 알려져 있다. 조선 초기에 종자를 파종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담수 직파수파, 건답 직파건파 이앙 재배삽종 등이 있었다. 이 방법 중 담수 직파가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수확량 증대와 노동량 절감을 위해 이앙 재배가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과정이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이앙할 때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해서 제때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내지 못하여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리 시설이 미비하였던 조선 초기에는 국법으로 이앙 재배를 금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앙 재배는 직파 재배보다 잡초 발생이 적고 불량묘 제거가 쉬울 뿐 아니라 생산량이 많고 소요되는 종자량이 적어 조선 후기부터 수리 시설 확충과 함께 전국적으로 퍼졌다.

모 사진

1970년대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추진과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농촌 노동력의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벼농사의 기계화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노동력이 많이 드는 이앙과 수확 작업을 기계로 빠르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기에는 기계 이앙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다가 후기부터는 자재비 절감을 위하여 육묘 일수를 8일로 단축하는 ‘어린모 기계 이앙 재배’가 시작되었다.

이앙기의 시작 - 1971년

1971년에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인력 이앙기를 농촌진흥청 작물 시험장에서 시험한 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기계 이앙이었다. 작업 능률은 손 모내기에 비하여 3~5배 높고 작업 상태도 양호하여 발명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하였다.

동력 이앙기의 역사는 1969년부터 일본에서 여러 모델의 이앙기를 가져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이앙기를 선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일모작을 하는 땅에서는 종묘용 이앙기1를, 이모작을 하는 땅에는 서로 다른 작물 간 상호작용 때문에 성묘용 이앙기2가 적합하였다. 동력 이앙기를 실용화하기 위한 적용성 시험이 1970년대 중반까지 이루어졌으며, 1975년부터 영농 현장에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동력 이앙기는 우리나라 기후 조건과 작부 체계상 산파 묘3와 조파 묘4이앙기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1 종묘용 이앙기 종자 등을 뿌리는 이앙기

2 성묘용 이앙기 어느 정도 자란 모를 심는 이앙기

3 산파 묘 모판에 씨를 흩뿌리는 방법

4 조파 묘 모판에 씨를 줄 맞추어 뿌리는 방법

보행이앙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 사진

보행 이앙기

1982년도에는 경지 면적이 작은 농가와 경지 정리가 되지 않은 땅에서 진행하는 이앙 작업을 기계화하고, 이앙기의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모를 두 줄로 심는 방법2조식을 전국에 도입했다. 이후에는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4조식을 추가로 보급했다.

1989년에는 이앙과 동시에 웃거름을 주는 ‘보행형 4조 측조시비5 겸용 이앙기’가 보급되었고, 1990년대에는 ‘승용 이앙기용 측조시비 장치’가 새로이 개발되어 농민들이 사용하였다. 사람이 직접 제초제를 살포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줄이기 위해 이앙 작업과 동시에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는 이앙기를 보급하기도 하였다. 이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육묘 상자 세척기’, ‘상토 조제기’, ‘기계묘 일관 파종기’ 등 관련 산업도 활발해져서 파종과 육묘에 드는 노동력을 절감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5 측조시비 작물 사이에 거름을 주는 것

승용이앙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 사진

승용 이앙기

1990년대에는 제초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벼를 재배하기 위해 생분해성 종이 위에 벼를 이앙하는 ‘종이 멀칭 이앙기’를 개발하였으나, 경제성 등의 이유로 보급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율 주행 이앙기’가 실용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앙기에 GPS와 ICT 기술이 융복합된 기술로, 프로그램에 입력한 좌표에 따라 이앙기가 자율 주행하는 기술이다. 앞으로 이앙기의 발전은 무인으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완전 자율 주행까지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앙기 - 미래

모를 들고 있는 손 사진과 자율 주행 이앙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 사진

자율 주행 이앙기

이처럼 이앙 재배 기술은 손 모내기부터 시작하여 인력 이앙기, 보행형·승용형 동력 이앙기, 자율 주행 이앙기로 발전하였다. 새로운 기술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산물로 나타난다. 기계 이앙이 보편화되면서 옛 농촌에서 손 모내기를 하다가 새참을 즐기던 풍경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요즘은 논농사의 시작인 모내기를 기계로 하지 않고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자율 주행 이앙기가 보편화되어 이앙 작업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재미난 동영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참조 문헌 농업기계화연구소, 農業機械化硏究 四十年史, 농촌진흥청,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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