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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가을호 no.8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가을호 n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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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박물관에서는

기증자 님의
소중한 마음 위에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담아

글. 오진서(국립농업박물관 유물팀)사진. 오진서, 변상은, 팜클문화유산

우리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에서 보존과학자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은 없다. 박물관에서 보존과학자는 소장유물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한 문화유산이 기증자의 손을 떠나 보존처리를 마치고 전시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기까지의 여정을 소개한다.

기증 감사장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두사람

문화유산을 지키는 보존과학

보존과학이란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보존하기 위한 이론과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존처리 과정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후대에 알리는 데 필요하다.
보존과학자는 박물관에서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소장유물을 보존처리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일을 한다. 유물의 재질과 상태에 따라 보존처리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상태를 관찰하고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처리한다. 훼손되고 손상된 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측면에서 ‘문화유산 의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추가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해서 관리하는 것 또한 보존과학자의 역할이다. 온습도와 조명은 유물 손상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일정한 온습도와 어두운 조명을 유지해야 한다. 박물관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이유는 유물의 추가 손상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경운기

김영식 기증자는 생전 어머니께서 사용하셨던 경운기를 보관하다가 국립농업박물관이 생긴다는 소식에 흔쾌히 기증 의사를 밝혔다. 경운기는 원래 트랙터의 일종으로 엔진과 바퀴가 있는 부분만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운반을 위하여 트레일러를 장착해서 경운기와 트레일러를 합쳐 경운기라고 부른다. 박물관 건립을 준비하던 2018년 12월, 어머니의 경운기는 수원으로 오게 되었다.

보존처리 전

경운기 보전처리 전

적절한 보존처리 계획을 수립하려면 먼저 유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증받은 경운기는 트레일러 표면의 도색이 대부분 떨어지고 금속이 부식된 상태였다. 엔진 내부에는 엔진오일이 남아있었고 표면 기름때가 확인되었다. 한쪽 바퀴는 찢어져 형태가 변형된 상태였다. 야외에 두는 경운기의 특성상 틈새에 이끼류도 발견되었다. 상태조사 결과 보존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경운기를 만난 보존과학자

보존처리를 위해서 우선 경운기를 해체했다. 틈새의 이끼류를 제거하고 바스러지고 있던 도색 층과 금속 부식층을 최대한 벗겨냈다. 내부에 남아있는 엔진오일은 부식과 같은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약품을 이용하여 세척했다.
찢어진 타이어는 경운기와 함께 보관하고 있던 여분 타이어의 고무층을 활용하여 복원했고 훼손된 ‘취급 주의’ 스티커는 기존과 동일한 것으로 부착했다. 금속이 드러나 있는 부분은 녹이 슬지 않도록 약품을 발랐다. 도색 층을 벗겨낸 경운기와 트레일러는 여러 페인트와 색깔을 대조하고 고민한 결과를 토대로 다시 칠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로운 옷을 입은 어머니의 경운기는 이제 운반이 아닌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보존처리 과정

경운기 보존처리 과정

보존처리를 마치고 전시관으로 나가는 날은 보존과학자로서 매우 보람찬 순간이다. 보존처리 방법과 방향에 대한 무수한 고민을 안고 보존처리를 시작했을 때와는 달라진 유물의 모습은 그동안의 모든 고민을 지우개처럼 깔끔하게 지워 버린다. 기증자의 소중한 마음이 담기고 보존과학자의 섬세한 손길이 닿은 경운기가 관람객을 맞이하는 날, 보존과학자는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다른 유물을 찾기 시작한다.

수원에서 다시 만난 어머니의 경운기

2023년 12월 28일, 국립농업박물관은 기증자의 벽을 조성하고 기증 증서 전달식을 개최했다. 증서를 전달받은 김영식 기증자는 보존처리를 마치고 ‘농업관 2’에 전시 중인 경운기를 바라보며 어머니의 흔적이 수원에 남아 농의 가치를 전할 것을 생각하니 매우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보존처리 후

경운기 보존처리 후 및 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 기증자의 벽에 붙어 있는 기증자 명패들

중앙홀 ‘기증자의 벽’에서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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