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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박물관의 유물, 체험, 교육 등을 소개해 즐길 거리를 더욱 풍부하게 보여드립니다.
농업관, 농업의 사계절과 역사가 담긴 공간
긴 겨울 동안 쉬며 이듬해 농사를 준비하던 농부들은 봄이 다가오면 분주해진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 무렵부터 농기구를 정비하며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농부들은 논밭에 거름이나 비료를 뿌려 지력을 높여주고, 토양에 고루 스며들 수 있도록 땅을 갈아준다. 지난해 묵혀뒀던 종자를 챙겨 씨앗을 뿌리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한다. 이제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국립농업박물관에서 농부들의 봄맞이 풍경을 함께 느껴보자.
글. 장명선(국립농업박물관 전시기획팀) 사진. 변상은
9가지 키워드로 조명한 농업문화 공간
지난해 12월 개관한 국립농업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인 ‘농업관’은 우리나라 전통 농경 문화부터 현재와 미래의 농업 문화를 담은 공간이다. 논밭 작물의 재배 과정, 축산, 그리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 생산 산업으로써 농업에 대해 9가지 키워드로 조명했다.
농업관 1은 생명의 원천인 농사를 ‘땅과 물’, ‘종자’, ‘재배’, ‘수확’이라는 키워드로 다루고 있다. 과거 인력과 축력 중심의 농기구에서 1980년대 이후 서서히 도입된 농기계에 이르기까지 농업 도구의 다양한 변화상을 접해볼 수 있다. 농업관 2는 ‘저장과 가공’, ‘운반과 유통’, ‘축산’, ‘다양한 쓰임’, ‘미래농업’이라는 5가지 키워드로 미래 생명 기술로써 농업의 가치를 재발견해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수확 이후 농산물의 관리부터 가공, 유통, 최근 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모습을 알아볼 수 있다.
자율주행이앙기 및 육묘파종기
콤바인
전시관으로 들어온 현대 농기계
농기계를 사용하는 요즈음과 과거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사용하는 도구의 크기와 형태는 달라졌으나 농사 과정은 거의 변함이 없다. 농업관에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무상으로 대여받은 현대 농기계 12점이 전시되어 있다.
1관에는 육묘파종기, 콤바인과 자율주행이앙기 등이 전시되어 있고, 2관에는 가정용 도정기를 비롯해 운반차, 농업용 무인 드론 방제기 등이 있다. 전시관마다 옛 도구와 현대 농기계를 체험하는 코너들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기술을 경험할 수 있다. 도시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농기계를 보며 현대 농부들의 농사 모습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다.
워낭
<농경도> 중 쟁기질 장면
<경직도> 중 모내기 장면
농업관에서 느끼는 봄의 기운
전시관에 있는 다양한 농사 도구와 유물에서는 봄철 농부들의 일상도 엿볼 수 있다. 봄이 되면 농부들은 농가의 중요한 일꾼인 소와 함께 일할 준비를 한다. 가마솥에 끓인 소죽을 바가지로 퍼서 여물통에 옮겨 담아 소에게 먹이고서, 논밭으로 소를 움직인다. 농부와 함께 길을 나서는 소에게서는 딸랑딸랑 워낭소리가 난다. 농부가 소와 함께 농사짓는 모습은 2관에 전시된 농경도農耕圖의 쟁기질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얼었던 땅이 풀리면 쟁기질한 논에 물을 대고 소에게 써레를 매어 덩어리진 흙을 부수어 바닥을 고르게 한다. 논바닥이 어느 정도 부드러워지면 이윽고 모판에 기른 볏모를 논에 옮겨 심는 모내기 작업이 시작된다. 농부 여러 명이 모여 논에 못줄을 치고 늘어서서 손으로 모를 심었다. 손 모내기하던 옛 농부들의 모습은 1관에 전시된 경직도耕織圖 병풍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농사짓기 좋은 봄날, 국립농업박물관에 방문해서 천천히 농부의 일상을 살펴보며 성큼 다가온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