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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물관에서는

‘지금 박물관에서는’은 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운영 프로그램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여러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갑니다.

다사다난 토종벼 손 모내기

모내기 행사의 숨겨진 뒷이야기

글. 강낙윤(국립농업박물관 농업경영팀)  사진. 변상은

도심 속 논밭과 과수원

토종벼 손 모내기는 미래 세대인 어린이와 도시민이 쌀의 생산 과정과 농부의 노고를 이해하고, 쌀과 식량의 중요성 그리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와 토종 유전자원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준비했다. 한 초등학생이 “선생님, 쌀은 나무에서 열리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도심 속이지만 논밭과 과수원이 있다.
어린이와 도시민이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작물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체험해 보는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다란 다랑이논과 토종벼 스무 품종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박물관 다랑이논은 기계 작업이나 써레질이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한 뼘의 땅이라도 더 경작하고자 했던 전통 농업과 비슷하고, 경관이 뛰어난 장점도 있다. 기계로 심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고 힘도 많이 들지만, 손 모내기는 원하는 대로 빠짐없이 심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스무 개 품종의 토종벼을 한 논에 심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판별로 구분하여 품종이 섞이지 않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자라는 속도, 벼의 키 등 특징이 다르기에 배치 순서를 정하느라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위성 사진과 실측을 통해 다랑이논을 스무 개 구역으로 나누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조생종*에서 만생종**으로 배치하되 토종벼의 색과 키, 향, 모양을 고려해 순서대로 배치했고, 참가자들은 각자 배정받은 품종으로 이동해서 손 모내기를 체험했다. 심은 품종은 벼가 익어가는 모습이 노인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노인도’, 맛이 좋아서 이웃 모르게 심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 ‘이웃모르기’, 벼에서 구수한 누룽지 향이 나는 ‘진한누룽지벼’ 등 스무 개다.

* 조생종 같은 작물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

** 만생종 같은 작물보다 늦게 성숙하는 품종

겨리소 써레질과 시연 취소

벼는 농부의 손길을 여든여덟 번 거쳐 비로소 우리 밥상에 올라올 준비를 마친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손 모내기 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 벼농사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원도에는 두 마리의 소로 쟁기나 써레를 끄는 전통 농경 문화가 이어져 왔다. 강원도 홍천군 ‘홍천겨리농경문화보존회’를 직접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미리 방문해 회장님을 만나보니 모내기 행사 참가자에겐 ‘겨리소 써레질’ 하나만으로도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시연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모내기 행사를 일주일여 앞두고, 4년 4개월 만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이동 제한 조처가 내려져 ‘겨리소 써레질 시연’은 물거품이 되었다.

“저 힘들어요. 그만 심고 나가고 싶어요!”

발은 푹푹 빠지고, 햇살은 따갑고,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에게 모내기는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미안해! 금방 끝나, 조금만 더 해보자!”라고 못줄을 넘기며 모내기하던 친구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모내기를 끝까지 마쳤다. 흙이 묻은 장화와 손을 씻고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는 아이들을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모내기 체험이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벼도, 아이들도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