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풍경

‘문화가 있는 풍경’은 우리 박물관에서 진행한 포럼인 <찬란한 농업유산의 부활> 에서 나눈 내용을 필두로, 6차 산업으로써의 농업과 농촌을 널리 알립니다.

생동감 넘치는 이곳 오라, 밭으로!

글. 편집실    사진제공. 그레잇테이블    사진. 홍승진
그레잇테이블 오승희 대표는 박물관에서 진행한 <찬란한 농업유산의 부활> 포럼의 발표자다. ‘밭에서 놀다가 만난 농업유산’이라는 발표 제목처럼, 농촌이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탈바꿈한 사례를 소개해 농업유산의 부활을 꾀해본다.

봉금의 뜰 폐가를 페인팅으로 꾸미는 참가자들

비단물결 출렁이는 우보농장의 논길을 따라 걷는 행렬

밭을 무대로 펼쳐진 놀이

‘그레잇테이블(grEATable)’은 제철 작물이 수확되는 밭에서 진행되는 문화 프로젝트다. 유기농·친환경 농법으로 농사짓는 땅을 무대 삼아 미술·요리·음악·공연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창작 활동을 펼친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관객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농부, 요리사, 예술가와 함께 어울리며 색다른 경험을 즐기게 된다.


공연 및 축제를 기획하는 일을 해왔던 그레잇테이블 오승희 대표는 대학원 시절 농부, 요리사, 예술가, 참여자가 한데 어우러져 ‘놀이’를 한다는 구상을 한 바 있다. 이 기획이 코로나를 계기로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고립감을 해소할 탈출구로 논밭을 찾은 것이다.


“논밭 그 자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죠. 아름다운데 건강하기까지 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력을 가지고 있죠. 미술가, 음악가, 요리사들은 이 건강함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 활동을 펼칩니다. 계절 변화에 따라 제철 작물을 길러내는 농부 또한 한 명의 예술가이며, 음식을 매개로 모인 사람들 또한 수확의 기쁨, 창작의 기쁨, 만찬의 기쁨을 누리는 예술가가 됩니다.”

밭에서 바로 수확한 작물들로 차려지는 건강한 요리들

무대 위에서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시간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20년 10월 17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 ‘봉금의 뜰’에서 이뤄졌다. 봉금의 뜰은 1,652㎡(약 500평) 규모의 밭으로, 당시 6년차 초보 농부 김현숙 씨가 비닐·동력 경운·화학 비료·화학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으로 지금까지도 작물을 기르는 곳이다. 봉금의 뜰에 미인 고추, 생강, 바우새, 여주차, 페페론치노 등 김현숙 농부가 기른 채소와 차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참여자들은 밭에 몸을 뉠 만한 크기의 보자기를 펼치고, 그 위에 앉아 바람에 실린 흙 향기를 벗 삼아 휴식을 즐긴다. 한쪽에서는 모여 앉아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또 누군가는 요즘 배우고 있다는 해금을 연주하기도 한다. 밭이라는 무대 위에서 혼자, 또는 함께 어우러져 노는 시간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년여 동안 논밭에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는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으며, 함께하는 농가도 늘어가고 있다.

농가 ‘작은 알자스’에서 진행된 농부·예술가·참가자들의 토크 콘서트

“450가지의 재래종 벼를 유기 순환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우보농장’에서는 농부와 함께 논길을 따라 걷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농부가 낫을 드는 방법부터 벼를 베고, 볏단을 세우는 방법을 참가자들한테 가르쳐줬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간 중간에 세워지는 볏단과 그 사이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생명과 노동에 대한 경외감을 선사하기에 충분했죠.”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각 품종의 맛을 음미하는 시간 또한 참가자들에게 평생 잊히지 않을 기억과 맛, 냄새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그레잇테이블의 각 프로젝트는 농부의 이야기와 농가의 특색에 따라 달리 구성된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하는 과수 농원 ‘꽃비원’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열매를 따먹고, 꽃반지도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또 뛰노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자연 농법으로 사과와 포도를 길러 자연 효모만으로 와인을 만드는 ‘작은 알자스’에서는 와인을 즐기는 것뿐 아니라, 와인병 업 사이클링·아로마 조향 등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농사, 요리, 그리고 예술. 쉽사리 어우러지지 않을 세 개의 단어가 우리의 농업유산인 논밭에 차려져 하나의 훌륭한 식사가 된다. 논밭과 문화 예술을 결합한 그레잇테이블의 프로젝트를 선두로 문화예술로서의 농업이 찬란하게 부활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그레잇테이블 오승희 대표

❝만물이 생동하는 밭으로 오세요!❞

땅의 생명력이 슈퍼마켓에 박제되기 전 만물이 생동하는 밭으로 몸을 움직여 보세요. 자연의 방식으로 재배된 제철 채소가 요리사의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나고, 예술가들은 다양한 실험을 벌입니다. 밭에서는 우리 모두가 예술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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