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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규정(외암민속마을 보존회장)
  사진. 김세리

농촌 마을과 함께하는

국립농업박물관의
참모습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외암민속마을과 함께한 교육 프로그램 ‘우리 마을 어때? - 아는 만큼 보이는 농촌’을 돌아보며 국립농업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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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립농업박물관에 대한 나의 인식은 평범했다. ‘국립농업박물관도 그저 수많은 박물관 중 하나겠지’라고 생각하며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국립농업박물관과 외암민속마을이 함께한 ‘우리 마을 어때? - 아는 만큼 보이는 농촌’ 프로젝트는 국립농업박물관에 대한 내 안의 평가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나에게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소중한, 아니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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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 외암민속마을

지금 농촌은 소멸 위기에 봉착해 있다. 특히 농촌의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농촌의 핵심인 농업 생산 활동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농촌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농촌 체험 휴양 마을’이다. 지난 2008년 시행된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촌 체험 휴양 마을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충남 아산시 외암민속마을도 농촌 체험 휴양 마을로 발전해 왔으며, 2002년부터 마을공동체로 전환하여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외 소득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농촌 마을공동체 복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외암민속마을은 500여 년 전부터 형성된 역사 깊은 마을로, 주민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절기에 맞춰 대보름맞이, 장승제, 짚풀문화제, 동지 행사 등을 진행하고 감자 수확, 엿 만들기, 한지나무등 만들기와 같은 풍성한 체험거리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외암민속마을 보존회장으로서 농촌이 지속 가능한 삶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23년간 마을공동체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하며 봉사해 왔다. 마을공동체 구성원 간의 협력을 통해 농촌 위기를 극복하고, 희망이 있는 농촌을 만들어 미래 세대가 꾸준히 들어오고 유지되는 마을을 만들자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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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느껴 보는 농촌 생활

국립농업박물관과 인연이 닿은 것은 2024년이었다. 당시 국립농업박물관은 도시민들에게 농촌 휴양 체험 마을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외암민속마을과 함께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었다. 마을을 알릴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해 보고 싶다고 답을 보냈다.
국립농업박물관과의 논의를 통해 외암민속마을의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기획부터 실제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국립농업박물관과 외암민속마을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준비했다. 마침내 2024년 9월, 본격적으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시작됐다. 외암민속마을 주민들이 매주 국립농업박물관에 찾아가 도시 가족들에게 마을을 홍보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은 사전 활동과 본 교육, 사후 활동으로 진행됐다. 먼저 국립농업박물관에 구현된 외암민속마을 풍경을 둘러보며 관람객들에게 외암민속마을이 어떤 곳인지 소개했다. 외암민속마을의 대표 자연경관인 설화산과 개천, 연꽃 등이 아름답게 조성된 포토존에서 추억을 남기고, 도시민들이 가진 농촌 마을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실제로 외암민속마을에서 운영 중인 ‘한지등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외암민속마을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도, 마을 할머니들이 주축이 되는 다듬이 난타 공연도 반응이 좋았다. 끝으로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응원 메시지를 남기며 교육 프로그램을 마쳤다.

우리가 바라는 국립농업박물관

나는 도시민들과 만날 기회가 생기면 그때마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뿌리는 농촌에 있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농촌을 외면하면 우리 농촌은 물론이고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라는 이야길 하곤 한다. 그리고 우리 주민들에게는 “우리 마을의 역사를 지키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입니다”라고 늘 말한다. 우리의 노력으로 우리 자식들이 들어오는 마을, 그래서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고 강조하고, 마을 환경을 잘 관리, 보존하여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지와 일거리 창출을 통한 생활 기반을 만들어 가자고 외친다.
지난 202212월, 국립농업박물관 주관으로 농업 유산 보존을 위한 농업박물관의 역할을 논의하는 〈찬란한 농업유산의 부활〉이란 세미나가 개최됐다. 세미나 소식이 실린 기사를 읽으며 현시대 농업박물관의 역할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국립농업박물관이 농업·농촌의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도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도시민들이 농업·농촌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면 이는 곧 농업·농촌을 살리는 생명줄이 될 것이다.
국립농업박물관과 외암민속마을의 성공적인 협업을 돌아보니 아주 조금 더 욕심을 부려 보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1,200개의 농촌 체험 휴양 마을이 지정되어 있다. 전국 9개 도에 산재되어 있는 마을들이 정기적으로 국립농업박물관과 연계하여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알리는 데 동참하기를 꿈꿔 본다. 국립농업박물관이 많은 사람에게 농업·농촌의 가치를 전하고 관심을 끌어올려 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게 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 마을 어때?
- 아는 만큼 보이는 농촌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농업·농촌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지역을 보다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농업인이 들려주는 농촌 이야기, 농촌 체험 등을 통해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소중함을 느끼고, 농업과 농촌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본다.
지난해 외암민속마을과의 협업을 통한 시범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새로 전국에서 4개 마을을 선정하여 운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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