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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편집부

국립농업박물관 황수철 초대 관장

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뿌리

황수철 관장은 2022년 2월 부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관람객들에게 농의 문화와 가치를 알리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전시품의 선정, 교육 프로그램 하나까지 세심하게 검토하며 관람객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의미를 전하기 위해 애쓰는 황수철 관장을 만나 박물관이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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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농업박물관이 어느덧 개관 2주년을 넘겼습니다. 초대 관장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박물관 초대 관장은 한 기관의 운영자 이상의 무게를 지닌 자리입니다. 국립농업박물관의 정체성, 운영 철학과 방식을 처음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해야 하죠. 어떤 전시를 기획할지, 어떤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내놓을지, 어떻게 관람객과 소통할지, 중장기 미래의 발전 모습을 어떻게 설정할지 등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단순한 관리자라기보다는 후세에 길이 이어질 박물관의 기초를 닦는 ‘개척자’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습니다. 무엇이든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기 때문에 매 순간의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기관을 이끌어 가는 책임감이 무거웠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느끼며 임했습니다.

개관 준비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람객에게 어떤 첫인상을 주느냐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요소는 아주 많아요. 전시 기획과 콘텐츠의 질, 유물 배치, 설명 패널과 조명, 공간 디자인, 식물원과 야외 다랑이논밭에서 자라는 작물의 종류, 관람 동선, 편의 시설 등 박물관의 거의 모든 것들이 관람객의 평가 대상입니다. 관람객들은 우리가 얼마나 정성 들여 준비했는지 금방 알아챕니다. 아주 세세하고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냉정하게 돌아섭니다. 관람객의 몰입감을 좌우하고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디테일을 갖추는 데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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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이 추천하는 국립농업박물관만의 특별한 공간이 있나요?

우리 박물관을 찾아 주시는 분들은 너나없이 야외 공간을 좋아하십니다.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다랑이논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색다른 감흥을 주고 있습니다. 도심에서 느껴 볼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을 얻는 힐링 공간이자 훌륭한 교육·체험 공간입니다. 다랑이논밭에서 직접 작물을 기르고 수확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에 꼭 도전해 보세요.

방금 말씀하신 농사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람객의 호응도와 만족도가 높습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농업 종사자 수는 줄어드는 반면 농촌에 대한 향수는 더욱 짙어지는 듯한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립농업박물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은 농업, 농촌, 농민을 아우르는 말입니다. 농은 우리 삶의 뿌리이고 우리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깊이 연결돼 있죠. 하지만 각박한 현대인들은 농의 가치와 소중함을 잘 모릅니다. 농이 생명을 길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위대한 일이라는 점을 잊고 삽니다. 비바람 불고 불볕 쬐는 논밭에서 누군가는 힘들게 농산물을 길러야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외면합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 사회와 농을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사회가 농을 소중히 여기고, 농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뿌리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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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은 우리 삶의 뿌리이고 우리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현대인들이 농을 소중히 여기고, 농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뿌리라는 인식이 사회에 널리 퍼지도록 국립농업박물관이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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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가치를 전하기 위해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는 무엇인가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준비한 프로그램들이라서 사실 모두 소중하고 남다릅니다. 굳이 꼽자면, 첫 기획전 〈농, 문화가 되다〉입니다.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우리 박물관이 고품격, 고품질의 문화예술 공간임을 천명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점차 사라지고 잊혀 가는 농촌 고유의 식재료를 발굴하고 농부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전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현한 〈땅으로부터 온 레시피〉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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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 주세요.

우리 박물관은 관람객에 더 많은 감동을 주고자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하고 있어요. 상반기 기획전에서는 앙부일구仰釜日晷를 통해 우리의 농시農時를 재조명하고 선조들의 지혜와 기술을 느껴 봅니다. 어린이박물관 일부도 크게 바꿔 하반기에는 새로운 모습을 뽐내게 됩니다. 여러 가지 테마전도 준비하고 있어요. 농촌의 문화와 공동체 활동 등을 톺아보는 〈농생꿀팁〉, 우리 삶과 밀접한 농작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시, 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재해석하는 전시 등 이제껏 보지 못했던 다채로운 전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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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국립농업박물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립농업박물관은 우리 농업의 역할과 가치를 배우고 느끼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치와 중요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강요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가치나 아름다움은 자연스럽게 다가와 스며들어야 합니다. 전시·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재미있고 알기 쉬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분이 찾아와 농업을 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농업을 배우러 오는 외국 분들이 반드시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커 나가야 합니다. 더 많이 연구하고 투자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립농업박물관을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212월 개관한 이래 올 2월까지 누적 관람객이 120만 명을 넘었습니다. 아직 신생 기관이어서 부족한 점이 적지 않을 텐데도 많은 분이 찾아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관람객 여러분이 사랑해 주시는 만큼 우리 박물관은 자랍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해 주세요. 아직 와 보지 못한 분들이 주변에 계시면, 꼭 방문하도록 적극 추천해 주시고요. 더 나은 박물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