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에 담긴 조형적 미학
『후한서後漢書』에 따르면 마한에서 짚신草屨을 착용했다는 기록이 전해질 만큼 짚신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대개 볏짚으로 엮어 만들었으나 부들, 삼, 왕골, 칡덩굴 등 다양한 식물 자원들이 재료로 활용되었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 부여군 궁남지와 관북리 유적에서는 62점의 짚신이 출토되었으며, 이들 짚신은 부들로 제작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오늘날 전해지는 짚신과는 달리 샌들에 가까운 구조를 띠고 있으며 제작 기법이 정교하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옛 신발은 운두의 높이에 따라, 운두가 높은 화靴와 운두가 낮은 혜鞋 또는 리履로 분류할 수 있다. 목이 긴 신은 습기와 추위를 막아주기 때문에 주로 말을 타고 사냥하던 북방 민족이 즐겨 신었고, 목이 낮은 신발은 농사를 짓는 남방 민족이 주로 착용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농경 문화권에 속하기 때문에 짚신의 경우에도 운두가 높은 짚신초화, 草靴과 운두가 낮은 짚신초혜, 草鞋이 공존하는 가운데 용도나 계절에 따라 다양하게 착용되었다. 국립농업박물관이 소장한 <짚신>은 운두가 낮은 혜에 속한다 그림1. 새끼를 꼬아 바닥의 힘줄 역할을 하는 신날을 네 가닥으로 구성하고, 그 양옆에 볏짚을 꼬아 접으면서 신총을 만들었다. 신총의 고리에 새끼줄을 끼워 운두를 연결한 뒤 앞갱기와 뒷갱기를 감아 고정했다. 뒤축 도갱이 부분이 활처럼 휘어 있어 조형미가 돋보이는데, 우리 전통 신이 낮은 울에서 시작해 뒤축으로 올라가는 날렵한 곡선미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미학이 짚신에도 반영된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짚신의 구조
그림 2. 신목이 긴 둥구니신 ©국립민속박물관
그림 3. 눈 위에서 신는 설피 ©국립민속박물관
겨울 짚신의 뛰어난 기능성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한 <둥구니신>은 운두가 높은
화에 해당한다 그림2. 방한용으로 제작된
둥구니신은 눈이 오는 날 착용하던 신발로 발목까지 올라오는
장화형 구조를 지니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 미끄럼을
방지하고 추위를 막기 위해 고안된 이 신은 세 가닥 또는 네
가닥의 새끼줄로 시작해 날을 드문드문 늘려 바닥을 구성한 뒤
옆으로 올려 발목까지 엮고, 다시 밑으로 겹쳐 내려오면서 바닥
면에서 마무리된다. 시작과 끝이 드러나지 않으며 겹겹이 엮어
제작함으로써 보온 효과가 뛰어났다.
또한 눈 위를 거닐 때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발 위에 덧대어
착용하던 덧신인 <설피>도 있다. 함경도와 강원도 등 산간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쌓인 곳이나 비탈진 길에서 미끄러지거나
빠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설피를 신발 위에 덧대어 사용했다.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설피는 나뭇가지에 열을 가해 타원형으로
휘게 만든 뒤, 그 가운데 다래 덩굴을 정井자 형태로
엮어 발판을 만들고 새끼줄로 동여맨
구조이다 그림3. 설피를 지면에 놓고 그 위에
신발을 올린 다음 끈을 이용해 고정하는 방식으로 눈과 맞닿는
접촉면을 넓혀 눈 속에 빠지지 않도록 고안되었다.
선조가 전하는 짚풀공예의 가치
짚신은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
자급자족하며 손수 새끼줄을 꼬아 직접 엮어 신었다.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짚신을 제작해 장터에 내다 팔기도 했으며, 이러한 짚신
장수들은 1900년대 초반까지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1920년대
고무신이 등장하면서 짚신은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짚신은 우리의 삶 속에서 오랫동안
애용되어 온 조형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생활 필수품이자
자연친화적인 짚풀공예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대표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산과 들, 논밭에서 자생하는 소박한 풀과
나무줄기를 거두어 갈무리하고 이를 의식주 전반에 활용하면서 한낱
미물에 불과하던 식물에 질긴 생명력을 불어넣어 독특한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다. 지구적 환경 위기가 심화되는 오늘날, 이러한 친환경적
짚풀공예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다.
* 출처 표기가 없는 사진은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유물입니다.
참고문헌
1. 강순제 외,
『한국복식사전』, 민속원, 2015.
2.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2001.
3.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의식주생활사전: 의생활』,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