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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일정

기간 2025. 11. 8.(토)~ 2026. 3. 8.(일)
장소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

글. 윤지은(국립농업박물관 전시기획팀)
  사진. 김세리

보리, 밀, 옥수수를 통해 본
우리의 식문화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 <탄수화물 연대기> 개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식사에는 대부분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다. 탄수화물은 인류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자 열량원으로, 우리 농업의 역사는 이 탄수화물을 안정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탄수화물은 어디에 많이 들어있을까? 바로 곡물이다. 이번 <탄수화물 연대기>는 탄수화물이 가득 담긴 주요 곡물인 보리, 밀, 옥수수를 통해 지난 100년간 우리 식문화의 변화상을 들여다보는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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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곡물을 통해 보는 우리의 식문화

이번 전시의 주요 요소는 연대기적 ‘흐름’과 곡물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본다’이다. 광복 이후 우리의 사회적 흐름을 담은 공간의 콘셉트는 ‘뉴트로’로 잡았다.
뉴트로는 ‘레트로retro’에 새롭다는 뜻의 ‘뉴new’가 붙은 신조어로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움을 주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했다. 그런 전시의 요소와 느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전시 도입부의 영상이다. 대형 옛날 TV에서는 근현대사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된다. 이번 전시의 콘셉트와 주제를 요약해 주는 영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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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으로 본 탄수화물의 어제

이어지는 1부에서는 보리, 밀, 옥수수에 대한 오래된 기록부터 비교적 최근인 1970~80년대까지의 인쇄물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각 곡물의 위치, 담고 있는 의미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쌀 못지않게 주요한 곡물이었던 보리는 ‘대맥大麥’으로 불리며 재배 방식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소맥小麥’으로 불린 밀 또한 쌀의 부족함을 채워주던 긴요한 곡물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옥수수는 16~17세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수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알맹이가 크고 영롱했기에 ‘옥’자를 붙여 수수의 한자어인 촉서蜀黍에 옥을 붙여 옥촉서로 불렀다. 전시실에서는 옥수수의 옛 표기법인 ‘옥슈슈’도 확인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들어 근대 인쇄 기술이 도입되면서 여러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했다. 우리 전통의 요리법을 계량화하고 상세히 기록하여 후대까지 남기고자 하는 노력이 담긴 요리책도 다양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이들 책에도 빠짐없이 곡물을 활용한 요리법이 담겨 있다.

탄수화물의 대명사들

1부에서는 대맥, 소맥, 옥촉서 또는 옥슈슈 등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과거에도 이들 곡물이 우리 식문화의 중심이라는 내용을 알려준다면, 2부에서는 각 곡물 하나하나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구성했다. 청보리 느낌이 나는 풀색의 공간에 들어오면 보리와 관련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쌀 자급자족을 이룬 1970년대 전까지 부족한 쌀 대신 보리를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한 노력들이 존재했다. 이처럼 보리는쌀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주식의 역할을 한 곡물이었다.
밀가루 포대에 찍힌 인장의 느낌을 담은 푸른 공간에서는 밀을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오늘날만큼 흔한 식재료가 아니었지만 6·25전쟁 이후 미국의 원조 물품으로 밀과 밀가루가 대거 들어오고 쌀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밀가루 소비를 권장하면서 점차 밀가루 음식에 친숙해지게 된다. 풍족함을 느낄 수 있는 주황빛의 공간에서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옥수수를 다루고 있다. 알맹이의 수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말려서 보관하거나 가루를 내어 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옥수수도 미국의 원조 물품으로 들어오면서 1960~70년대 급식으로 옥수수빵이 배급되기도 했다. 점차 양보다는 맛을 중시하는 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1990년대 이르러 간식용 옥수수를 중심으로 신품종이 개발되기 시작해, 2000년대에는 찰옥수수 품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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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의 오늘과 내일

광복과 6·25전쟁을 겪고 난 당시 우리나라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쌀 소비를 줄이거나 쌀을 비롯한 주요 곡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쌀 대신 보리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보리가 건강에 이로운 점을 선전하거나 학생 대상으로 보리 혼식 관련 작품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와 함께 밀가루를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분식 장려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동시에 수확량을 늘릴 수 있도록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신품종을 개발하거나 재배법을 개량해 보급하기도 했다.
여러 노력 끝에 1970년대 후반 쌀 자급자족을 이루게 되었고 우리의 식문화도 좀 더 맛과 영양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하는 책이 발간되기도 하고 문화적 진보와 세계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식생활을 선도하기 위한 잡지가 창간되기도 했다.
오늘날 밀가루 음식은 식문화의 유행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보리는 건강식으로, 옥수수는 국민적인 간식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많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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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에서 애증으로, 탄수화물

마지막 코너에서는 관람객들의 탄수화물 취향을 알아보는 체험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다양한 곡물과 음식을 선택하도록 해서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스스로 이 전시를 하도록 설계했다. 전시실을 나오면 1970~80년대 느낌이 나는 인쇄물을 만들어 보는 체험도 참여할 수 있다. 추억을 되새김과 동시에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탄수화물 연대기>는 오늘날 우리의 식문화를 친숙한 곡물들을 통해 돌아보는 전시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여러 세대가 방문하여 함께 서로의 생각과 추억을 나누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