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개관 이후 정성껏 수집하고 아껴온 소장품들을
모아 2026년 상반기 기획전시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을 마련했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식량 생산이라는 농업 본연의 역할에서 비켜서서,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어 온 ‘꽃’의 의미와 가치를 전시에 담고자
했다.
우리 선조들에게 꽃 가꾸기는 단순히 식물을 기르는 취미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꽃을 가꾸는 일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닦는 일종의
수양이었다. 선비들은 꽃 한 송이에서도 인간이 지켜야 할 품격과
질서를 발견하고자 했다. 이러한 내용은 전시관 입구에서 조선시대
선비 강희안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화훼 원예 책인
『양화소록養花小錄』 영상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상
속에서 피어나는 꽃들의 이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꽃을 품어 안았던 선조들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꽃에 관한 과거 기록부터 일상 곳곳에 담긴 꽃의 상징을, 우리의 전통가옥인 한옥을 모티브로 한 전시 공간에서 동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구성했다. 우리나라 전통 정원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에 있다. 억지로 꾸미지 않기에 꽃과 식물들이 인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선조들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유물들 역시, 우리 일상의 구성 요소로서 늘 있던 자리에 위치할 때 가장 빛난다는 생각으로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전시했다.
1부 ‘가까이 머물다’에서는
조선시대의 최고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장원서掌苑署 기록으로 조선시대에 꽃과 나무를
관리하는 관청을 설치하고 전문 관직을 두어 궁궐 정원을 가꾼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도자기라는
작은 세계 속에 압축하여 곁에 두고 보고 싶어 했던 마음을 꽃과
새 문양으로 그린
‘백자청화괴석화조문호白磁靑畵怪石花鳥文壺’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부 ‘울타리 안에서 피우다’에서는
사랑채와 안채 등 집안으로 들어온 꽃 문화와 상징을 보여주고자
했다. 선비들의 방인 사랑채를 장식하던
‘책가도冊架圖’와 ‘책거리冊巨里’ 속에는
책뿐만 아니라 선비의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매화와 국화,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이 함께 그려져 있다. 사회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기대감이 함께 담겨 있다. 사군자도에는 쏘가리와 게도 즐겨
사용되었다. 쏘가리는 한자어 궐어鱖魚의 발음이
궁궐의 궐과 비슷하고, 게는 단단한 등껍질인 갑甲이
과거시험의 으뜸을 연상케 하여 예부터 선비들이 가까이 한
소재다. 또한, 과거급제 후 임금에게 하사받는
어사화御賜花는 학문의 화려한 결실이자, 선비들이
가장 선망하던 꽃이라 할 수 있다.
여인들이 생활하던 안채에서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일상용품에 꽃
문양을 넣었다. 부엌에서는 음식을 담는 접시와 대접, 찬합 등에
모란꽃의 문양과 함께 수복강녕壽福康寧 글자를 적어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끝으로 3부에서는 모든 백성이 함께
꽃을 즐겼던 문화를 십장생도와 화조도 등의 민화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풀과 벌레 그리고 고양이를 그린
‘초충묘도草蟲猫圖’와 밭작물을 묘사한
‘전가풍미田家風味’에서는 꽃과 생명의 어우러짐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어우러짐은 씨앗이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며, 농사 과정과
순환의 가치를 보여준다.
꽃은 씨앗에서 차가운 땅을 뚫고
화려하게
피어나,
열매를 맺은 뒤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는 삶의 순환이나
농사의 과정과도 닮았다.
이번 전시에서 묘사하는 꽃은 ‘우리의 삶과 닮은 향기가 나는 농업 이야기’다. 꽃은 씨앗에서 차가운 땅을 뚫고 화려하게 피어나, 열매를 맺은 뒤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이는 삶의 순환이나 농사의 과정과도 닮았다. 선조들의 시들지 않는 문화와 정신적 가치는 소중한 유산이 되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향기로운 꽃이 가득한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라는 이름의 정원으로 마음을 치유하는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손끝에서 피어난 나날의 꽃들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다.
<손끝에서 핀 나날의 꽃>
일자: 2026년 6월 9일(화)–10월 5일(월)
장소: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