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하단 바로가기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여름호  NO.7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여름호 NO.7

웹진 본문

들려주고싶은이야기

땅에 기록된 역사와 흙에 남겨진 기억 속으로
국립농업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

글. 최보윤
(국립농업박물관 전시팀)
사진. 신성욱

국립농업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땅의기록, 흙의 기억 중 땅과 사람 전시 공간
들어가며:
우리 삶에 스며든 흙과 땅

누구나 ‘흙’과 ‘땅’이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지만, 누구도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흙과 땅이 우리 삶 속에 깊이 스며든 존재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늘 곁에 있어 익숙한 만큼 소홀해지기 쉬운 흙과 땅의 의미를 기획전으로 되짚어 본다. 2024년 국립농업박물관 상반기 기획전은 농경지로서의 땅을 해석하고 그 의미를 조망했다.

기획전 내 흙과 땅 영상 공간
기획전 내 작품 전시 사진
1부: 흙에서 농경지로

흙이 농경지로 사용되었던 흔적은 신석기시대의 밭 유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농경지에 관한 문자 기록은 삼국시대부터 시작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국가 경제를 안정시키고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국의 토지를 조사한 기록이 남아있다. 생산물의 양으로 토지의 면적을 구분하고 그 정보를 국가와 개인이 기록하기도 했다. 우리가 흙을 농경지로서 주목해 온 모습은 회화와 노동요, 언어에 다양하게 남아 전해진다.

기획전 내 책자 자료
2부: 땅과 사람

땅이 우리에게 지면地面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흙’이 가진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영어로 사람human이라는 말이 라틴어의 흙humus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이 흙에서 나왔고 흙과 함께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크게 흙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 역사와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흙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 문명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과 같다. 2부에서는 사람이 땅을 일구며 남긴 기록에서부터 땅이 사람을 기르며 남긴 기억에 이르기까지 땅이 가진 다양한 얼굴을 영상 기록과 문학 작품으로 풀어낸다.

기획전 2부 전시실 사진
기획전 3부 농지는 농민에게 책자
3부: 땅, 먹거리, 재화

땅은 오랫동안 우리 먹거리의 근간이자 나라 경제의 기반이 되었다. 땅은 나라에서 세금을 걷는 공공재였고 ‘토지 제도’라는 틀 속에서 관리되었다. 근대로 갈수록 땅의 소유권은 더욱 구체화되었다. 하지만 지주제 확대와 더불어 자신의 땅에서 직접 농사짓는 가구의 비율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땅의 소유와 분배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복 이후 1948년 제헌헌법을 통해 경자유전耕者有田 의 원칙이 세워지게 되었다. 오늘날 헌법에서도 농지는 농사짓는 농민이 갖는 것으로 규정한다.

기획전 4부 전시 공간
4부: 다시, 흙으로

땅을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해왔지만, 언제나 작물을 키우는 기반으로써의 역할이 최우선이었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건 공통의 염원으로 좋은 흙, 좋은 땅을 통해 양질의 먹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고자 했다.
20세기 말, 농업이 빠르게 기계화되며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표현이 함께 등장했다. 이는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이라는 말로 정의된다*. 개발을 지속하면서 미래 세대의 존속을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탄소 배출과 기후 위기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흙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흙과 인류는 어디로 가야 할까?

*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 선언Rio Declaration

나오며: 우리가 기억하는 땅, 우리가 지켜야 할 흙

우리의 먹거리는 흙이 모여 만들어진 땅에서 나오는 것이다. 농경지로서 땅은 경이로운 삶의 터전이자 농부의 일터이며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자연환경 그 자체다. 사람들은 흙이 가진 고유의 생명력을 보듬기보다는 더 많은 생산량을 쫓으며 무한한 발전을 이루고자 했다. 이제는 자연 생태계의 건강과 삶의 토대가 되는 땅, 그 땅의 생명력과 회복력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상반기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을 통해 흙을 딛고 존재해 온 우리의 삶을 기억하고, 흙과 땅의 가치를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기획전 내 흙과 땅 영상 공간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