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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여름호  NO.7 농업박물관 소식 NAMUK MAGAZINE 2024 여름호 NO.7

웹진 본문

문화가있는풍경

예술이여, 농촌에서 영원히
숨 쉬리라

리브livethe 아트art

유익하고 기발한 농촌 문화 수확

글·사진 제공. 김주아
(창의문화예술 흥.신.소 대표)

‘창의문화예술 흥.신.소’는 창의적인 창작과 연구로 문화 예술의 발전에 목적을 두고 다양한 예술 분야의 종사자들과 함께 발족한 창의 집단이다. 박물관에서 진행한 <농촌, 예술에 물들다> 포럼에서 농촌 지역 특유의 감성에 예술적 색채를 더해 농촌과 예술이 상생하는 문화 콘텐츠 사례를 발표해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눗방울을 불고있는 사람들
횡단보도에서 줄지어 포즈를 잡고있는 사람들

친환경 농촌 마을에 예술 더하기

지역 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은 ‘문화가 있는 날’ 기획 사업 중 하나로, 유·무형의 지역 문화 자원, 즉 콘텐츠를 발굴하고 활용해 지역 고유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문화 예술 사업이다. 문화 예술 단체 ‘창의문화예술 흥.신.소흥겹고 신나게 소통하라’는 전원의 낭만이 가까이 있는 독특한 매력의 도시 청주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오던 중 친환경 농업으로 명성이 자자한 내수읍에 주목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뿐만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농부들의 노력과 성실함,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동체 문화를 지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매력으로 다가왔다. 특히 농부들이 저마다의 철학을 담아 정직하게 농사짓는 과정은 예술가가 작품을 빚어내는 창작과 닮아 있었고, 그런 점에서 농사 또한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신.소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농촌을 무대로 문화 예술을 펼쳐내고 싶었다. 먼저 주민들이 문화 예술에 쉽게 접근하도록 농가나 농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의 문화 감수성을 자극했다. 농작물을 캐릭터로 탄생시킨 수레 인형극과 비닐하우스 영화관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으로 주민들의 흥미와 재능을 끌어냈다. 마을 곳곳을 배경으로 화보 촬영을 진행하거나 주변의 소리를 채집해 음악을 만들었다. 또 폐창고에서 그래피티 아트를, 스튜디오로 꾸민 비닐하우스에서 방송을, 무대와 모닥불 토론장을 설치한 무밭에서 주민, 예술가, 활동가, 그리고 관계 기관들과 교류하는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작물 아트, 논밭 유물전, 논밭 극장 등 콘텐츠를 확장해 나가며 보다 많은 예술가와 교류하고 문화예술의 토양을 가꾸었다. 내수읍 주민들은 평범했던 일상이 화보가 되고 음악이 되며 특별한 공간으로 변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일상의 행복을 채우게 되었다.

허수아비축제 단체사진

제1회 허수아비아트축제

촌감이 개성으로, 허수아비아트축제

다양한 예술적 경험으로 변화된 내수읍 주민들은 지역 특유의 ‘촌감’을 도시민들과 함께 나누고자 ‘허수아비아트축제’를 기획했다. 풍작을 방해하는 것들을 쫓는 허수아비가 마음속 근심 걱정까지도 쫓아주길 바라며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던 마을 공동체의 풍습은 자연스럽게 행사의 모티브가 되었다.
주민들은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가져온 곤포 사일리지*에 그림을 그리고 묵은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장식했다. 농부의 정성으로 지은 그해의 수확물과 함께 잘 익은 술과 맛있는 음식이 행사장 곳곳에 준비되었다. 고된 농사일에도 매일 저녁 함께 모여 연습한 사물놀이 공연과 허수아비 퍼레이드로 볼거리를 채웠다. 이 밖에도 허수아비 머리핀 만들기, 땅에 그림을 그리는 도화지圖畫地, 고구마 수확 체험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풍성한 재미를 더하며 도시민들의 발길을 잡았다.
주민, 예술가, 방문객들이 한데 어우러진 허수아비아트축제에서 관람객들은 농촌 풍경을 무대로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예술가가 되고, 농부가 되어보는 특별한 경험을 누렸다. 허수아비아트축제는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어 단순히 먹고 마시는 축제가 아닌 내수읍을 대표하는 농촌 문화 축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 곤포 사일리지 소 여물로 쓰기 위한 볏짚 뭉치로 추수 이후 논에서 볼 수 있다. 흰색 비닐로 포장되어 ‘마시멜로’라고도 불린다.

고구마 수확을 하고있는 사람들

고구마 수확

볏짚 공예를 하고 있는 사람들

볏짚 공예

우리 마을의 건강한 맛을 찾아서, 약수밥상원정대

전병 음식 사진

약수로 지은 건강한 한 끼 ‘약수밥상’은 내수읍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내수읍은 토양이 비옥하고 물이 좋아 품질이 우수한 농산물이 나기로 유명한데, 세종대왕이 머물며 눈병을 고쳤다는 ‘초정약수’ 또한 내수읍의 핵심 자원이다.
흥.신.소는 초정약수권에 있는 마을을 찾아다니며 ‘약이 되는 손맛약수’을 탐구하고 제철 음식과 조리법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 채널 ‘농리브디아트’를 통해 송출했다.
흥.신.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상에 담긴 이야기와 음식을 바탕으로 청주 도심에 팝업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곳에서 콘텐츠를 사랑하는 팬들을 직접 초대해 지역의 먹거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와 음악이 흐르는 ‘시음회’ 콘셉트로 꾸몄고, 국악 공연과 더불어 셰프 복장을 갖춘 주민들이 시를 읽어주고 식재료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초대받은 이들은 식재료와 식문화를 경험하며 바른 먹거리에 대한 철학과 지혜를 사유할 수 있었다. 정성을 다해 키워낸 농작물로 밥을 짓고 차려내는 일상의 행위가 누군가에게 특별한 메시지로 전해져 영혼의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약수밥상원정대 소셜다이닝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식탁

약수밥상원정대 소셜다이닝

김장게임을 준비하는 사람들

김장게임

모두 함께 만드는 예술 농촌의 내일

평생 농사가 전부였던 주민들은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터전에서 문화 예술을 향유하게 되었고, 평범한 농촌 마을의 주민에서 어엿한 지역 문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프로그램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기부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함께하게 되었고 내수읍 행정복지센터 ‘아름다운 동행 기부자의 벽’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도 누렸다. 내수읍은 청년 예술가, 도시민 등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생활 인구의 유입이 증가했고, 덕분에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선진지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흥.신.소 또한 문화 예술 활동가로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흥.신.소는 농부들과 함께 마을을 잇고 세대를 잇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기반으로 마을별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해 도시민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문화적 혜택과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하며 농촌 주민들이 문화 활동의 주체이자 삶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또 거점 공간에서 로컬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개발해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로컬 미디어아트 다이닝’도 진행할 계획이다.
창의문화예술 흥.신.소는 농촌이 예술가들에게는 무한한 무대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놀이터가 되며 누구에게나 행복을 주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활동하고자 한다. 나아가 주민들이 안정적인 농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다양한 문화적 해법을 찾아 하루하루가 특별한 농촌 지역의 미래를 그려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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