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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두 함께하는 농사의 기쁨
<농사지음> 체험 프로그램 참여 가족 - 승아네
글. 편집실 사진. 봉재석
산들바람과 청량한 하늘이 반겨주는 5월의 어느 날,
국립농업박물관의 다랑이논에서 <농사지음> 2회차
시간 ‘모내기’가 진행됐다.
<농사지음>은 가족이 직접
한 해 벼농사에 도전해보는 농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모판 만들기부터 탈곡과 도정까지 벼농사의 전
과정을 체험해 보는 특별한 콘텐츠에 수많은 가족이
지원했다. 밀짚모자와 긴 장화를 야무지게 챙겨 입은
승아네 가족도 생애 처음 모내기에 도전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엄마도 아빠도 벼농사는 처음이야
평소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던 전소연 씨는 국립농업박물관 누리집에서 <농사지음> 참여 가족 모집 공지를 발견하자마자 딸 승아에게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 될 거라 생각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학 수업을 하기 시작하는데, 3학년 때는 동물의 한살이를 배우고 4학년이 되면 식물의 한살이를 배워요. <농사지음> 프로그램이 한 해 벼농사를 지어보는 체험이라고 해서 승아가 먹거리의 생태를 배우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농사지음>은 매 회차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하기에 앞서 벼농사에 관련된 간단한 이론 수업을 진행한다. 짧은 수업이 끝난 뒤 승아네 가족을 포함한 열 팀의 가족들이 다랑이논 앞에 모였다.
가족들은 지난봄 만들어 두었던 모판에서 쑥쑥 자란 모를 조금씩 뜯어내 논바닥에 심기 시작했다.
“땅은 탄탄한데, 논은 너무 질척거려요. 발이 박혀서 잘 안 빠져요.”
승아의 볼멘소리에 부모님의 맑은 웃음이 터졌다. 승아뿐만 아니라 부모님 모두 논에 발을 들여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을 댄 논은 언뜻 갯벌과 비슷한 토질이지만, 갯벌보다는 물러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터가 된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벼농사
“허수아비 만들기 하고 싶어요!”
승아가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은 수확 철을 앞두고 진행될 ‘허수아비 만들기’다.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는 승아에게 허수아비는 또 하나의 미술 놀이다. 가족 논에 꽂는 팻말에도 박물관의 캐릭터인 미오, 바미, 두두를 야무지게 그려 넣었다.
“저는 ‘밥 짓기’가 제일 기대됩니다. 요즘 시대에 내 손으로 직접 모를 심고, 벼를 베고, 탈곡까지 해서 나온 쌀로 밥을 지어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키워낸 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궁금합니다.”
김재헌 씨는 마지막 순서인 ‘도정과 밥 짓기’를 주요 행사로 꼽으면서, 동시에 승아가 농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밥을 잘 먹게 되면 좋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승아가 정량을 줘도 꼭 밥을 남기거든요. 저희도 어렸을 때 ‘농부들이 피땀 흘려서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인데 맛있게 먹고 남기지
말아라’라는 말을 듣고 자랐지만,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어요. 승아가 벼농사를 경험하면서 쌀 한 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박물관에 관심이 많은 엄마 덕분에 승아네 가족은 다양한 박물관 프로그램을 경험해 왔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모두 다 같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는 드물었다고 한다.
“저희 가족은 모두 도시에서 나고 자라 농사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농사지음>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추억이 생겼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농사 체험은 승아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승아네 가족이 말하는 농사는 ◯◯◯ 다!
삶의 3대 요소인 의, 식, 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이잖아요. 그리고 이 ‘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바로 농사예요. 평소에는 우리가 식탁에 올라온 완성된 음식만 만나기 때문에 잘 알아채지 못하지만, 농사는 모든 먹거리의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사는 힘들다! _ 딸 김승아우리는 저 조그마한 논을 조금씩 나눠서 모를 심었는데요, 농부는 혼자서 큰 논에 다 모를 심잖아요. 그래서 농사는 힘든 것 같아요.
농사는 물이다! _ 엄마 전소연농사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뭘까 이것저것 생각해 봤는데 ‘물’이 떠올랐어요. 사람이 죽지 않고 살기 위해서 물이 꼭 필요하듯이, 농사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농사는 물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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