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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2

남겨진, 남겨질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 기획전 <남겨진, 남겨질>

글. 류정민(국립농업박물관 전시기획팀) 사진. 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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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간직한 ‘유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숨 쉬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이번 기획전은 수 세대에 걸쳐 완성된 농경 문화 산물을 집중 조명한다. 농업에 ‘남겨진’ 이야기와 미래에 ‘남겨질’ 이야기를 기록과 유물, 영상 등을 통해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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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23. 12. 12. - 2024. 3. 3.
장소: 국립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

남겨진, 남겨질

1부 ‘도전의 시작’에서는 불리한 농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농기구를 개선하고 인공시설을 축조하며 농업을 지속해 온 선조들의 땀과 지혜를 살펴본다. 2부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에서는 땅, 물, 바람의 조건을 이겨내고 오래도록 농업을 지속 가능하게 한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알아보고, 3부 ‘공존의 시작’에서는 그 유산들의 아름다운 현재를 농사짓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함께 담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몰입감 있는 영상으로 선보인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이번 전시에서 조명하는 국가중요농업유산이란 오랜 시간 형성되어 온 농업 자원 중에서 보전 가치가 있다고 국가가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은 올해 지정 10주년을 맞이했고 현재까지 총 열여덟 곳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2부 ‘땅, 물, 바람, 그리고 사람’에서는 땅, 물, 바람을 테마로, 척박한 땅을 일구어 농업을 지속해 온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호 ‘청산도 구들장논’, 비가 귀한 땅에서 농업을 일으켜 온 제10호 ‘의성 전통 수리 농업’, 그리고 거센 바람을 걸러내어 농업을 지켜 온 제2호 ‘제주 밭담 농업’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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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

특히, 이번 기획전에서는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흔적도 전시한다. 농업 용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성 수리 공동 조직 ‘몽리계’의 실제를 알 수 있는 ‘관리 대장’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에 사용된 ‘축문’을 선보인다. 또한 제주에서 밭담을 쌓아 온 돌챙이들이 평생 기록한 ‘작업 일지’와 50년 손때가 묻은 ‘작업 도구’가 처음으로 육지 땅을 밟아 전시실에 놓였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농업 유산의 현장감을 담기 위해 특별한 연출을 시도했다. 박물관 다랑이논을 경작할 때 나온 돌을 활용하여 청산도 구들장논을 재현했고 의성 운곡지에서 실제 사용했던 못종으로 수리 시스템 연출에 실재감을 더했다. 그리고 돌 장인들이 직접 연출한 밭담에 제주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번 기획전으로 찬란한 농업 유산에 ‘남겨진’ 이야기를 기억하고 앞으로 ‘남겨질’ 농업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