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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박물관
‘맛있는 박물관’은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요리 프로그램 활동을 소개합니다. 글과 화보라는 시각 매체를 통해 미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농박과 함께하는 식食나는 요리 체험
박물관 다랑이밭에서 수확한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들어요!
글. 이정연(국립농업박물관 교육체험팀)
오늘날 두부는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 식재료 중 하나이다. 그러나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두부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는 손이 많이 가지만 갓 만든 두부는 따뜻하고 고소한 맛도 있다. 그래서 박물관에서 직접 길러 수확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이번 교육의 대상은 아동을 동반한 가족이어서 무거운 맷돌을 이용하지는 못했지만, 현대식으로 두부 만드는 방법을 소개해 집에서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콩 갈고 찌꺼기 걸러내기
미리 불려놓은 콩을 맷돌 대신 믹서기에 물과 함께 넣고 갈아준다. 믹서기 속 콩물은 갈면 갈수록 하얀 우윳빛을 띤다. 곱게 간 콩물을 삼베 주머니에 붓고 살살 눌러주면 콩물과 콩 찌꺼기가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여기서 삼베 주머니에 남은 콩 찌꺼기는 무엇일까? 바로 한국인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지다. 비지는 따로 보관한다.
걸러낸 콩물만 냄비에 붓고 국자로 살살 저어줄 때 약불로 해야 콩물 밑부분이 타지 않는다. 콩물이 끓어오르기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를 발견할 수 있다.
보글보글 끓이다 간수 넣기
이제 두부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간수 넣기가 남았다. 간수는 두부끼리 응고될 수 있는 두부 응고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재료다. 끓인 콩물에 간수를 조금 붓고 잠깐 기다리면 조그맣게 올라오는 형체가 바로 순두부다. 하나둘 떠오르는 두부의 모습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냄비 안을 쳐다보며
신기해 했다. 두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처음인 어린이 친구들은 그동안 먹어보기만 했던 두부의 탄생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몽글몽글 올라온 작은 두부 알갱이들이 자기들끼리 뭉치면서 점점 두부의 모양새를 띠기 시작했다. 이때 국자로 세게 저으면 서로 뭉치지 못하고 으스러지기 때문에 간수를 넣고 한두 번 정도 아주 천천히 젓거나, 젓지 않고 기다려야 우리가 알고 있는 두부를 만들 수 있다. 참지 못하고 국자로 저었던 냄비는 두부가 낱알처럼 흩어져서 아쉽게도 제대로 된 두부의 모양을 갖추지 못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어느덧 대망의 끝이 다가왔다.
취향에 따라 순두부, 연두부, 단단한 두부
몽글몽글한 상태의 두부는 우리가 자주 먹는 순두부로, 수저로 살짝 떠서 한입 먹으면 이대로도 정말 맛있다. 간장을 곁들이면 정갈한 맛이 나는 순두부 정식이 되지만 조금 더 먹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냄비 속 두부를 두부틀에 부은 후 누름틀로 눌러주면 우리가 잘 아는 네모난 두부가 ‘짜잔’하고 완성된다. 두부는 누름틀을 누르는 힘에 따라서 두 가지 종류로 만들 수 있다. 누름틀을 살살 눌러주면 부드러운 연두부가, 있는 힘을 다해 눌러주면 단단한 부침 두부가 된다.
‘콩으로 두부를 만든다’는 사실은 대다수가 알지만 실제로 두부를 만들어 본 사람은 드물다. 이번 교육으로 어린이들이 두부를 만드는 과정을 배우면서 우리 식재료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다림이 어린 친구들에게 길게 느껴진 듯하지만, 두부가 올라오는 마법 같은 순간 덕분에 즐거운 미소로 끝날 수 있었다.
두부를 만들어 볼까요?
➊ 콩 불리기
➋ 콩물 짜내기
➌ 끓이고 간수 넣기
➍ 두부틀에 붓기
➎ 꾹 누르면 완성!